아래의 내용은 오시마 가요시의 '걸을수록 뇌가 젊어진다'라는 책의 핵심적이고 기억할만한 내용 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평소에 걷기를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너무나 와닫는 말입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에 대하여 나이를 먹을수록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것이 존재할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수긍할만한 문장이라 공유하고자 올립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지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정보가 다리 근육에서 신경을 통해 대뇌신피질의 운동을 관장하는 감각령에 도달한다. 뇌로 향하는 정보 전달은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두 발로 걷는 동안, 뇌와 다리 사이에는 복잡한..
蟭螟殺敵蚊巢上(초명살적문소상) 백거이 蟭螟殺敵蚊巢上 초명살적문소상 蠻觸交爭蝸角中 만촉교쟁와각중 應是諸天觀下界 응시제천관하계 一微塵內鬪英雄 일미진내투영웅 초명은 모기 눈썹에서 적을 죽이고 만과 촉은 달팽이 뿔에서 서로 싸우네 하늘 위에서 이 세상을 내려다보면 한 점 티끌 속에서 서로 영웅이라 다툰다 작가 백거이(白居易, 772년 ~ 846년)의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으로 중국 당나라 때의 관료이자 문인입니다. 초명이란 포박자라는 도교 서적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생물로 모기 눈썹에 집을 짓고 사는 매우 작은 생물의 이름입니다. 만촉이라는 나라들 역시 장자에 나오는 글로 달팽이의 오른쪽 뿔에 있는 만이라는 나라와 왼쪽 뿔에 있는 촉이라는 나라가 서로 전쟁을 일으켜 시체가 즐비하였다는 글에서 인용한 말입니다. ..
차우인운(次友人韻 ) 이황 性癖常耽靜 성벽상탐정 形骸實怕寒 형해실파한 松風關院聽 송풍관원청 梅雪擁爐看 매설옹로간 世味衰年別 세미쇠연별 人生末路難 인생말로난 悟來成一笑 오내성일소 曾是夢槐安 증시몽괴안 항상 조용함을 즐김이 나의 성벽 체구는 허약하여 추위도 못 참는다네. 솔바람 소리 들으며 눈 쌓인 매화나무 화로 끼고 본다오. 세상의 묘미는 노년에 남다르고 인간의 삶이란 말로가 어렵다네. 깨달으면 모든 일 한 바탕 웃음거리 난 지난날 허망한 꿈을 꾸고 있었다네. 차운(次韻)이란 남이 지은 시(詩)의 운자(韻字)를 따서 시를 짓는 것을 말하며 이 시의 제목인 차우인운이란 친구의 운을 빌리다 정도의 뜻이 됩니다. 이황은 화답 요청을 하는 친구에게 자신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몸이 마른 체질이기 때문에 추위를 싫..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 박제가 毋將一紅字 무장일홍자 泛稱滿眼花 범칭만안화 花鬚有多少 화수유다소 細心一看過 세심일간과 붉을 홍이라는 한 글자만 가지고 온갖 꽃들을 통틀어 말하지 말라 꽃술도 많고 적은 차이가 있는 법이니 세심하게 하나하나를 살펴보아야 하리 박제가(朴齊家)는 조선 후기 북학파 실용주의의 거두입니다. 서자 출신이었던 박제가는 언덕 위에 핀 들꽃을 보면서 겉으로 보이는 규격만 따지는 그런 체제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식견이 뛰어나도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버린 서자라는 유교적인 굴레가 한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제가의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는 그 이후 200여 년이 지난 후에 발표된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상당히 비슷한 교감을 가진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
우습구나. 봄 경치는 내 것이 아니기에 젊은이들이 나누어 가지도록 내버려 두네. 可笑春光非我有 等閒分屬少年人 상춘(傷春) 성현 緋桃縞李一時新 비도호리일시신 萬室涵烟不覺貧 만실함연불각빈 可笑春光非我有 가소춘광비아유 等閒分屬少年人 등한분속소년인 복사꽃 자두꽃 울긋불긋 일시에 피니 만호 성안아 취연(炊煙)에 잠긴 듯 가난한 줄 몰라라! 우습다, 내 몫으론 없는 봄빛을 누리다니 골고루 나눠 주어진 젊은이들의 봄빛인 것을 축제를 즐기는 것은, 뜨거운 태양을, 봄빛 같은 청춘을 뽐내는 것은 젊은이들이 더 어울리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인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한때는 그런 날들이 있었듯 말이죠. 그런 서글프면서도 행복한 묘한 감정을 노래한 시 같습니다. 등산로에서 만나는 어린이집의 줄지어선 병아리들에게..
이전 포스팅에서 보았던 두목의 산행이라는 가을에 어울리는 한시에 이어 이번에도 가을에 어울릴만한 또 다른 한시인 정철의 추야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추야(秋夜) 정철 蕭蕭落葉聲 소소낙엽성 錯認爲疏雨 착인위소우 呼童出門看 호동출문간 月掛溪南樹 월괘계남수 추야(가을밤)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를 가랑비 소리로 잘못 들어 아이 불러 문밖엘 나가보게 하니 시냇가 남쪽 나무에 달이 걸려 있구나 대동시선(大東詩選) 권 3 조선 중기의 유명한 정치인이자 문인인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84)이 지은 시이다. 가을밤의 유유자적함을 나타낸다. 오언절구로 『송강집속집(松江集續集)』 권 1에 ‘산사야음(山寺夜吟)’이란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고, 『대동시선(大東詩選)』 권 3에는 ‘추야’란 제목으로 선록되어 있다.
산행(山行) 遠上寒山石俓斜 원상한산석경사 白雲深處有人家 백운심처유인가 停車坐愛楓林晩 정차좌애풍림만 霜葉紅於二月花 상엽홍어이월화 全唐詩 卷524 산행 사람없는 먼 산에 오르니 돌길이 비스듬히 끝이 없구나 흰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있어 수레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숲을 보니 서리 맞은 단풍잎이 한창때 봄꽃보다 더욱 붉구나 전당시 권524 가을 산행의 아름다움과 산행 도중 만난 인가 그리고 단풍숲에 내린 서리, 석양 등의 아름다운 모습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시로 봄꽃보다도 붉게 물들어 보이는 단풍숲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는데, 작가인 두목(杜牧, 803 ~ 852)은 만당 시기 당시(唐詩)의 섬세하고 기교적인 풍조에 비해 평이하면서도 솔직한 시를 주로 지었다. ..
暮春(모춘) - 늦은 봄 老來心事向春慵 노래심사향춘용 睡起空驚落絮風 수기공경락서풍 紅雨濛濛簾捲處 홍우몽몽렴권처 靑陰漠漠鳥啼中 청음막막조제중 『東文選』 卷之二十 모춘(늦은 봄) 늙으니 심사가 봄이 옴에도 게을러 자다 일어나 부질없이 버들강아지 바람에 떨어지는 것에 놀라네. 주렴 걷은 곳에 붉은 비 부슬부슬 내리고 새 우는 속에 푸른 구름 아득하네. 『동문선』 20권 늦은 봄의 느낌 혹은 정취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시이다. 봄이 오면 모든 만물들은 생동하게 되는데, 오히려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가 봄잠에 일어나 바람결에 흔들리는 버들개지를 보고 놀란다. 발을 걷으니 해질녘이라 붉은 꽃잎이 내리고 짙은 그늘 아래에선 새가 지저귀고 있다. 작가인 이인로(李仁老, 1152~1220)는 고려 무신정권 때의 문인으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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